인디언 기우제와 검찰수사

유성옥칼럼 | 기사입력 2019/12/09 [09:06]

인디언 기우제와 검찰수사

유성옥칼럼 | 입력 : 2019/12/09 [09:06]

▲ 유성옥 칼럼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추진으로 국회가 공전되면서 여러 민생입법과 개혁입법도 멈춰 섰다. 특히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 입법은 여야의 선거법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조정 작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여야 대치로 국회 본회의가 열리지 못할 경우 자칫 검찰개혁 입법이 실종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공수처법은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 안과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 안이 복수로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다. 수사권 조정에 대해선 검찰이 다중피해 범죄나 사회의 이목을 끌 만한 범죄도 직접 수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등 법안을 대폭 고칠 것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국회에 내놓은 상태다. 한국당을 뺀 야 3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검찰개혁법 처리를 위한 조정이 필요한데도 협상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걱정스럽다. 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최근 전국 검찰청별로 일반 검사들과 6급 이하 수사관이 참여하는 회의체를 각각 꾸려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도록 하라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지난 9월 개혁위 출범 이래 직접수사 부서 인원 5인 이내로 축소, 전관예우 방지를 위한 사건배당 기준위 설치 등 모두 9차례나 권고안을 냈다. 그러나 법무부 장관 공백이 길어지는 가운데 일선 검사들이 반발하면서 법무부도 적극 추진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대검도 연일 개혁안을 내놓고 있어 최소한 교통정리라도 필요해 보인다. 1일부터는 형사사건 공개 금지와 함께 인권보호 수사 규칙이 발효되기 시작했다. 수사 중인 사건과 관련 없는 사건 수사를 통해 피의자를 압박하는 별건수사 금지, 장시간 조사와 심야조사 제한 등이 핵심 내용이다. 대검은 이에 발맞춰 전국 고검과 지검-지청 등 65개 청에 인권센터를 설치한다.

 

인디언들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낸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사건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사건 등 최근 검찰의 잇단 수사를 두고 일각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엮기 위한 인디언 기우제 같다고 비판한다. 지난 8월 이후 석달 넘게 수사를 진행하고도 조 전 장관을 옭아매지 못한 검찰이 비가 올 때까지 별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이들은 검찰 수사로 드러난 청와대의 실기는 주목하지 않는 것 같다. 대통령 앞에서 개혁을 약속했던 검찰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남 탓만 하는 모양새다. 변화는 쉽지 않다. 특히 구성원이 자기 조직을 안에서 들여다보고 성찰하는 일은 더더욱 어렵다. 바깥의 강한 힘이 필요한 이유다.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이들은 정권 초기 강한 힘으로 검찰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이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하는 데서 나온다며, 둘을 분리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8월 문재인 정부는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하면서 비로소 검찰개혁의 칼을 빼들었다. 집권 2년을 넘긴 시점이었다. 웅크리고 있던 검찰은 잘하고 있는 특수수사로 장관 후보자와 그 가족을 수사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의혹이 있어 원칙적으로 수사를 진행했다고 강조 하고 있다. 두달여 수사 만에 결국 조국 법무부 장관 카드는 날아갔다.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은 자본시장법 위반 등 14개 범죄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조 전 장관의 동생과 5촌조카도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하지만 검찰 의도와 별개로 조국 수사는 정치의 중심이 되어있다.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 41곳을 없애겠다는 법무부의 엄포에도 검찰은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더 나아가고 있다. 지난해 고발된 유재수 전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무마 의혹 사건을 1년여 만에 꺼내들었고, 울산지검에서 수사하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들고 왔다. 감찰 무마 의혹 사건에서는 조국 당시 민정수석을 넘어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천경득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 등 청와대 핵심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애초 수사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반발 기류가 없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구 설치를 넘어 현장 검사들의 호응이 절실하다. 유재수 사건이나 울산 경찰의 하명 수사 의혹 등 진행 중인 검찰 수사가 새 규칙들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국회와 검찰 안팎의 진행 상황을 볼 때 검찰개혁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 혼란스럽다. 그 중심에 선 검찰 역시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험대에 올랐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인디언 기우제는 어떻게 막을 내릴까. 결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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