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겠다는 얘기다.

유성옥 칼럼 | 기사입력 2020/06/18 [20:45]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겠다는 얘기다.

유성옥 칼럼 | 입력 : 2020/06/18 [20:45]

▲ 유성옥 칼럼 

북한의 잇단 공세로 남북관계가 위기로 치닫고 있다. 코로나 국난과 민생 위기에 더해 안보마저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그 어느 때보다 정치의 역할이 중요해졌지만, 정작 정치권의 대응은 실망스럽기만 하다. 국민의 뜻과 에너지를 모아 위기 극복을 이 끌기는 커녕, 일부 상임위만 구성한 채 개문 발차한 파행 상황조차 수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여야는 비상한 각오로 국회를 정상화하고 초당적으로 위기 대처에 나서야 할 것이다. 여야는 먼저 원구성 갈등을 격화시켜온 스스로의 행태를 돌아보고 바꿀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15일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법제사법위원회 등 6개 상임위 위원장을 선출한 뒤로도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남북관계가 20년 전으로 후퇴하고 있다. 북한이 16일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일방적으로 폭파한 데 이어, 17일에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지구에 군부대를 다시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앞으로 또 어떤 조처를 취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20006/15 첫 남북정상회담의 결실이자 남북 평화와 협력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의 희망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북한은 GP 복구와 서해 군사훈련을 재개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겠다는 얘기다. 우발적 군사충돌 우려까지 커졌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15일 대북특사 파견을 제안했으나 이를 거부했다는 사실까지 노동신문에 이례적으로 공개하면서 서푼짜리 광대극이라 조롱했다. 당분간 남북 대화 재개의 여지도 전면 차단한 것이다. 김여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6/15 선언 20돌 기념사를 정면으로 겨냥한 말 폭탄 담화까지 내놓았다. 김 제1부부장이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는 제목의 담화에서 문 대통령에 대해 철면피한 궤변 등의 막말을 퍼부었다. 매우 몰상식하고 무례하기 짝이 없다.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최고 존엄으로 존중하라고 남쪽을 강하게 몰아붙이는 태도와도 모순된다. 내가 존중받고 싶다면 상대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북한은 남북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지 않도록 더 이상의 도발을 멈춰야 한다. 우리 정부는 도를 넘은 북한 행동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되, 냉철하게 상황을 관리하며 어떻게든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대북전단 살포를 계기로 불거진 최근 사태에는 몇 가지 요인이 얽혀 있다. 그중 핵심은 남쪽이 그동안 대북제재에 얽매여 남북 합의 내용을 지키지 않았다는 데 대한 북한의 실망과 분노다.

 

지난해 2월 북-미의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북-미 관계를 견인하는 과감한 해법이 필요했지만 정부는 계속 머뭇거렸다. -중 관계 악화와 코로나19 사태로 이제는 그동안 내놓은 해법마저 실행하기 어려워졌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이날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했다. 외교안보 라인 당국자들이 엄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심기일전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이날 북한 노동신문이 남조선 당국의 태도를 지켜보며 대적 행동 조치들의 강도와 결행 시기를 정할 것이라 밝혀, 다음 행동의 수위 조절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정은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것도 출구를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

 

정부는 우선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빨리 만들어 이번 사태의 불씨가 된 대북전단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외교안보통일정책도 냉정히 점검해 상황이 왜 이렇게 악화됐는지 규명하고, 창의적 해법을 가동해야 한다. 일부에선 19일까지 통합당이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예산결산특위 등 통합당 몫 상임위 위원장까지 민주당 의원들로 채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협상용 압박이겠지만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은 통합당에 거절할 명분과 시간을 주는 게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강훈식 당 수석대변인이 17일 좀 더 기다려서라도 국회 구성을 마무리해 초당적 협력을 유도해야 한다고 밝힌 것은 다행 스럽다.

 

미래통합당은 이제 의사일정 거절을 철회하고 3중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야당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법사위원장을 차지하지 못했다고 모든 원내 활동을 접는 식의 행태로는 결코 민심을 얻을 수 없다. 민주당의 일부 상임위원장 선출을 잘한 일이라고 평가하는 국민이 52,4%에 이른다는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를 통합당은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당내에서도 외교-안보 관련 상임위엔 참여하자, 하태경-장제원의원은 이제 각 상임위로 들어가 더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는 목소다. 칩거 중인 주호영 원내대표는 더는 협상 복귀를 주저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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