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과 갈등을 유발하는 법을 정리하자.

유성옥 칼럼 | 기사입력 2020/09/02 [20:11]

불신과 갈등을 유발하는 법을 정리하자.

유성옥 칼럼 | 입력 : 2020/09/02 [20:11]

▲ 유성옥 칼럼 

최근 발의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해묵은 성 정체성 논란을 깨웠다. 동시에 반대 진영은 졸속 입법-부실 입법, 입법 지상주의에 따른 폐해를 사회적 담론의 장에 세웠다. 반대하는 쪽은, 성적지향과 성별 정체성은 선천성이 아니며 후천성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동성애가 유전인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인지는 과학적으로 구분하지 못한다. 동성애가 선천적이라는 연구 결과는 여럿 있다. 하지만 일란성 쌍뚱이의 경우 한명이 동성애자 일 확률이 52%나 된다는 연구 결과나, 남성동성애자의 경우 여성에 대한 성 충동

 

을 지배하는 뇌 특정 부위의 크기가 정상 남성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 등은 정설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52%라는 확률로 성의 실재를 뒤집을 수 없고, 뇌의 구조가 선천적인지 동성애로 인한 것인지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동성애가 환경-사회적 요인으로 발생하며 치유가 가능한 질병이라는 주장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도 없다. 다만 우리는 동성애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라는 동성애자들의 명제를 어느 쪽도 부정할 수 없는 지점에 서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한 쪽이 제기하는 피해자가 차별을 당했다고 주장만 하면 사용자가 위반 사실이 없음을 입증할 책임을 져야 하며, 이 법은 성 소수자를 보호하려고 절대다수 국민을 잠재적 위반자로 취급한다는 주장은 유의미하다. 이는 국회의 경박한 입법 태도에 경종을 울린다. 국회는 지난 몇 년 동안 규율의 필요성에 경도된 나머지 법 제정에 따라 발생할 부작용은 자주 외면했다. 특히 국회는 선거를 앞두고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는 법을 졸속으로 제정한 경우들이 많고, 내부에서조차 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자주 일었다.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체제에 괴리되거나, 보호법익이 일부에 편향되거나, 이상에 치우쳐 현실에 적용되기에는 무리가 따르거나 등등 불완전해서 사문화된 법이 수두룩하다. 졸속으로 법을 만들어 비웃음거리가 된 대표적인 법은 김영란 법일 것이다. 공무원의 부정행위를 규율하겠다는 법안은 언론사에까지 확대됐다. 그러면서도 정치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민사회단체와 변호사 등이 빠지면서 민간적용 대상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게다가 김영란법은 실제 처벌할 수도 없는 배우자의 불고지죄를 포함 시켰다. 김영란법의 규율 대상이 배우자의 부정 청탁을 알았다면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이는 죄를 지은 범인을 숨기거나 도피하게 한 사람이 범인의 친족이나 가족이면 범인 은닉죄로 처벌하지 못하는 법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또, 금품을 제공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두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런 논란으로 법 통과 이틀 만에 대한변호사협회는 위헌소송을 내기도 했다. 이 법안을 통과시킨 19대 국회 법사위원들은 정치권이 비판 여론에 등 떠밀려 부실한 법안을 처리하는 바람에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와 비판에 대해 이 법이 정무위원회를 통과하는 동안 대폭 수정됐고, 이로 인해 문제가 커졌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이 부실한 법의 세부 문제를 본다 이 법은 부정 청탁을 금품 전달 여부와는 관계없이 그 자체로 불법으로 정했다. 당초 정부 안은 불법을 포괄적으로 정하고 합법만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그러나 국회는 무엇이 부정한 청탁인지 명확히 하겠다며 15개를 만들어 정했고, 따라서 대한민국의 부정 청탁은 15가지만 존재하게 됐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 100만원을 기준으로 돈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 처벌하는데 대한 적절성 문제도 제기됐다. 105만원 수수자보다 96만원 수수자의 죄질이 훨씬 나쁠 수도 있다는 지적이었다.

 

김영란법은 빈틈이 많은 탓에 검·경의 수사권 남용에 날개를 달아 주고, 돈 준 사람을 처벌하지 않는 탓에 돈 준 사람이 이 법을 악용할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검찰이나 경찰이 자의적으로 수사 선택을 해서 수사할 개연성이 높고, 돈 준 사람이 돈을 줄 때는 관계가 원만했으나 나중에 관계가 틀어져 돈 준 것을 이용해 상대방이 법적 처벌을 받도록 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배우자가 금품을 받았을 경우 공직자를 처벌토록 한 조항은 헌법에서 금지하는 ‘연좌제’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있다.

 

헌법 상 형벌비례성 및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나는 대표적인 법은 이른바 민식이법 일 것이다. 법 시행을 며칠 앞두고 운전자에 대한 과잉처벌 논란으로 민식이법 개정을 요구한 청와대 국민청원에 35만 4,857명이 동의했다. 과실에 의한 사고가 사실상 살인행위로 간주되는 음주운전 사망사고와 처벌형량이 동일한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우리의 국회는 국민의 상식이 요구하는 평형감각을 잃은 채 법을 제정한 경우가 허다하다. 법이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자 할 때 반드시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 또 그 사회적 합의는 대립하는 주체끼리의 합의가 아니라 범국민적 합의어야 한다.

 

국민의 어떤 행위를 규율하고자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 대상을 정할 때는 법률적으로 충돌하는 가치의 균형점 위에서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다. 적정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그런 눈들의 필터링을 거친 뒤에 이루어져야 한다.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과잉 입법 논란의 대상이 되는 법들이 불명확하고, 비현실적이며, 필요 이상으로 비치는 것은 그런 상식에서 벗어난 법 제정 탓이다. 무엇보다 법은 범죄자를 양산해서는 안 된다. 사회적 양식과 개인의 도덕성에 맡기던 행위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모든 공동체의 구성원이 그것을 감시하도록 하는 것은 불신과 갈등사회를 조장하는 일이다.

 

우리는 지금 모든 국민이 잠재적 범법자인 법치주의에 살고 있다. 현실에서 작동하지 못하고 사장되는 법의 쓰레기더미 위에서 살고 있다. 전자이거나 후자이거나 이런 법은 필요악이라는 논란을 넘어서서 사회악이 된 지 오래됐다. 해악만 끼치는 법들을 제정비 할 필요는 이와 같다. 국민의 어떤 행위를 규율하고자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 대상을 정할 때는 법률적으로 충돌하는 가치의 균형점 위에서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다. 적정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그런 눈들의 필터링을 거친 뒤에 이루어져야 한다.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 도배방지 이미지

유성옥 칼럼 관련기사목록
경북영상뉴스
구미 시정 뉴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