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용 검사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우근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6/04/08 [18:40]

박상용 검사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우근논설위원 | 입력 : 2026/04/08 [18:40]

▲ 이우근논설위원     

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 주체도 서울고검 태스크포스에서 2차 특검팀으로 바뀐다. 수많은 선배 정치 검사들이 걸었던 꽃길과는 판이한 경로가 박 검사를 기다리는 셈이다. 개인에겐 가시밭길이겠지만, 국민 입장에선 사필귀정의 정도다. 엄정한 수사와 단죄로 조작 수사는 패가망신의 교훈을 새기고, 수사권으로 장난치는 검사가 더는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보완수사권이란 이름으로 수사권을 다시 검사 손에 쥐여주는 제도적 후퇴에 대한 경각심 또한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 과정에서 광범위한 조작과 회유가 벌어졌다는 건 이제 의혹 수준을 넘어 사실의 영역으로 진입한 듯 보인다. 이 사건을 수사한 박상용 검사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쪽에 원하는 진술을 해주는 대가로 형량 축소와 출소 등의 혜택을 줄 것처럼 회유하거나, 반대로 주변에 대한 수사 내용을 거론하며 압박하는 내용의 육성 녹취가 잇따라 공개되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박 검사가 지난 3일 국회 국정조사 증인 선서를 거부해 모처럼 주어진 직접 해명의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것도 제기된 여러 조작 정황의 신빙성을 더한다.

 

박 검사는 국조 직전까지도 각종 종편 채널과 라디오, 유튜브 등에 출연을 자청해 민주당이 녹취 일부 내용만 순서를 바꾸고 짜깁기해 틀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진보 성향 유튜브 매체인 매불쇼에도 먼저 출연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고 한다. 정작 국민을 상대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할 수 있는 국조 증언은 거부했다. 이런 자가당착이 없다. 그는 증인 선서 거부로 퇴장당한 뒤 이번 국정조사는 위헌, 위법한 국정조사라며 제가 선서하고 증언하는 것은 위헌, 위법한 절차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된다고 했다.

 

그럴듯한 대의 때문에 증언을 거부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런다고 여야 합의로 국회법에 근거해 열린 국정조사에서 수십명의 증인 중 혼자만 증인 선서를 거부한 구차한 행태가 호도되진 않는다. 아무 말이나 막 던져도 되는 방송과 달리 국정조사장에서 거짓 주장을 늘어놓았다간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더구나 지금 민주당에서 어떤 내용의 녹취를 들고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뭐라고 항변했다가 곧바로 자신의 말을 뒤집는 증거가 나오면 ‘빼박’ 위증이 된다.

 

그 공포감이 이 법잘알 검사를 짓눌러 선서 말고 튀어를 시전케 했을 것임을 누구라도 직감할 수 있다. 박 검사가 종편과 유튜브를 종횡무진하면서 염두에 뒀을 롤 모델이 한동훈 전 검사라는 점에 대해선 굳이 별도의 논증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애초 강압과 회유를 오가는 현란한 법기술로 이재명 대통령이 주범이라는 진술을 만들어내고자 한 것부터가 나도 한동훈 같은 잘나가는 검사가 되고 싶다는 출세욕의 발현이었을 터다. 윤석열-한동훈 검사 시절엔 그게 통했지만, 지금은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됐다는 게 차이점일 뿐. 범법 의혹에 대처하는 자세도 빼닮았다.

 

한동훈 검사는 검언유착 의혹에 부인과 받아치기, 비아냥 3종 세트로 대응했다. 24자짜리 휴대폰 비밀번호는 끝끝내 감췄다. 이 비번이 풀린 상태의 휴대폰을 압수하려던 검사를 독직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대법원은 할 일을 하려 했을 뿐인 이 검사의 무죄를 확정했다. 박 검사는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 연어, 술파티를 열어주고 진술을 회유했다는 의혹에 대해 그런 일은 있지도 않았고 있을 수도 없다고 부인했다. 술을 페트병에 담아 준비하라고 한 전 쌍방울 회장 진술을 인용한 의원 질문에 대해 김성태씨 녹취가 확인된 거냐?고 턱을 치켜들며 따졌다.

 

자신을 비판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어차피 버린 몸, 이렇게 하면 무조건 이재명이 싫은 극렬 보수층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한동훈 전 검사처럼 정치인으로 변신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기대했을 법하다. 아뿔싸! 지금은 그때와 다르고, 박 검사는 한동훈이 아니다. 한동훈을 감쌌던 윤석열 검찰의 철갑은 녹슬고 해졌다. 무엇보다 지금은 증거와 증인이 적잖다. 3일 국정조사에서도 사건 피의자들을 호송했던 교도관들은 저렇게 공범들을 자유롭게 같이 조사한 건 이 사건이 처음 이었다고 증언 하고 있다.

 

그리고 외부인과 접견을 무단으로 시켜줘서 항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피의자 쪽 진술, 박 검사의 통화 녹취와 맞춰보면, 생생하게 당시 조작 수사 상황을 재구성할 수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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