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늘, 코피 터지는 신세를 면하려면 말이다.

이우근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6/04/19 [20:40]

대한민국이 늘, 코피 터지는 신세를 면하려면 말이다.

이우근논설위원 | 입력 : 2026/04/19 [20:40]

▲ 이우근논설위원     

윤석열 정부가 원전 부흥을 위해 태양광-풍력을 억압했던 것과 달리, 이재명 정부는 재생에너지 전환의 중요성을 인정한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과 이달 국무회의 등에서 중동발 위기를 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나아가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은 고무적이다. 1970년대 두차례 중동 전쟁이 부른 1-2차 석유파동은 거의 모든 국가를 강타했는데, 어떤 나라들은 그 충격을 에너지 자립의 계기로 삼는 데 성공했다.

 

덴마크가 대표적이다. 1973년 1차 파동 당시 수입 석유 등에 90% 이상 의존하고 있었던 덴마크는 외국산 에너지를 줄여야 풍전등화 신세를 면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땅과 바다의 공짜 바람을 연료로 쓸 수 있는 풍력 산업을 키웠고, 협동조합을 통해 주민이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풍력 설비가 늘면서, 베스타스 등 덴마크 풍력 회사들은 최고의 기술력을 갖춰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덴마크는 기름 먹는 자동차를 덜 타자는 운동과 함께 자전거 중심 교통체계도 획기적으로 확충했다.

 

기후 변화를 막자는 사회적 합의는 이 흐름에 돛을 달았다. 지금 덴마크는 전기의 80% 이상을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다. 수입 에너지 의존도는 30~40%대로 떨어졌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크면 전력망 관리가 어려울 수 있는데, 이 나라는 실시간 변동 요금제와 정보기술 시스템으로 매끄럽게 운영한다. 한국은 석유파동 당시 덴마크와 비슷한 처지였으나 다른 길로 갔다. 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1973년 무연탄 등의 국내 생산 덕에 70%대였으나, 2025년에는 약 94%로 더 높아졌다.

 

석유, 천연가스, 석탄, 우라늄 등을 수입하는 데 연간 220조원가량을 쓴다. 국가 전체 수입액 중 4분의 1에 가까운 엄청난 규모다. 많은 나라가 기후위기에 대응해 태양광·풍력을 늘려도, 한국은 화석연료 중독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노무현-문재인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펴면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정부가 뒤집었다. 정부를 믿고 투자했다가 망한 태양광 사업자도 많았다. 2025년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약 11%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꼴찌다.

 

오이시디 회원국 평균인 30%에 한참 못 미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폭격 뒤 호르무즈해협이 막히자, 한국이 특별히 고통받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가 호르무즈해협을 거치는 중동산이다. 이렇게 취약한 한국의 에너지 안보는 국제 사회에서도 관심거리다. 미국의 비영리 연구단체인 전략적위험위원회 산하 기후안보센터는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나친 수입 에너지 의존이 한국의 안보 취약점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전에 나온 보고서인데도, 호르무즈해협이 불씨가 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화석연료 수입이 분쟁, 기후 변화 위험, 정치·경제적 충격에 점점 취약해지고 있다며 이 세가지 영역이 교차하여 국가 에너지 안보에 복합적인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이어 한국이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하면 취약한 화석연료 수입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다른 안보 우선순위에 활용할 수 있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며 재생에너지는 단순히 기후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한국의 국가 안보와 경제 안보를 지탱할 핵심 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화석연료와 원전산업 기득권의 저항과 훼방을 뚫고, 필요한 속도의 전환을 이룰 강단이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미국 바이든 정부의 에너지-기후 정책 고문을 지낸 사울 그리피스는 저서 모든 것을 전기화하라에서 청정에너지 솔루션은 이미 다 나와 있으며, 필요한 것은 전시 총동원과 같은 신속한 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기차(수송), 히트펌프(난방), 태양광 패널(전력) 등 가정과 기업의 모든 시설을 전기화하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필요한 전기를 모두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발전-송배전 인프라를 확충하고, 기후 대출 등 금융 지원을 제공하며, 화석연료 보조금은 반드시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덴마크보다 50년 늦었지만, 이제라도 위기를 기회로 만들 결단이 필요하다. 먼 나라에 분쟁이 생겨도 늘 코피 터지는 신세를 면하려면 생각이 많은 지도자들이 생각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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