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지방선거는 더 이상 구호의 경연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잘 살게 해주겠다”는 말, “미래를 만들겠다”는 선언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경북이 직면한 현실은 선언이 아니라 설계와 실행을 요구한다. 인구는 줄고, 산업은 늙어가며, 규제는 여전히 지역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허한 이상론만 반복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방기다. 이제는 반드시 나와야 할, 피할 수 없는 정책 공약들이 있다.
첫째, 원전 산업을 지역 경제의 중심축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경북은 울진을 비롯해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의 핵심 거점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발전소는 지역에 있지만, 이익과 일자리는 외부로 빠져나간다. 단순한 지원금 확대 수준을 넘어, 원전 관련 정비-부품-연구 산업을 지역에 집적시키는 ‘에너지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해야 한다. 공약이라면 최소한, 어떤 기업을 어떻게 유치하고, 어떤 세제 혜택과 인프라를 제공할 것인지까지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공약이 아니라 구호에 불과하다.
둘째, 산림 규제와 토지 이용 규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경북은 산림이 많은 지역이지만, 그 산림이 지역 발전의 자산이 아니라 ‘묶인 재산으로 방치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유림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주민의 재산권을 제한하면서도 지역 경제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한다. 합리적 범위 내에서 개발과 활용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조례를 정비해야 한다. 특히 동일한 법 체계 안에서도 타 지역은 가능한 사업이 경북에서는 막히는 일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행정의 문제다. “규제 완화 검토” 같은 모호한 표현이 아니라, 어떤 조례를 언제까지 어떻게 개정하겠다는 수준까지 나와야 한다.
셋째, 지방 소멸 대응을 위한 ‘정주 인구 정책’을 실질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청년 유입을 말로만 외치는 시대는 끝났다. 일자리 없는 지역에 사람이 올 이유는 없다. 산업과 주거, 교육을 묶은 패키지 정책이 필요하다. 예컨대 특정 산업단지에 입주하는 기업과 근로자에게 주거 지원, 교육 인프라, 세제 혜택을 동시에 제공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단순한 지원금 살포가 아니라, “왜 이 지역에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답을 정책으로 만들어야 한다.
넷째, 농어촌 산업을 ‘보호 대상’이 아닌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농정은 지원과 보전에 머물렀다. 그러나 시장은 이미 변하고 있다. 스마트 농업, 가공 산업, 유통 혁신 없이 농촌의 미래는 없다. 공약이라면 최소한 디지털 농업 인프라 구축, 지역 특산물 브랜드화, 수출 지원 체계까지 포함해야 한다. “농민을 돕겠다”는 말은 아무 의미가 없다. 어떻게 도울 것인지, 어떤 구조로 바꿀 것인지가 핵심이다.
다섯째, 지역 재정 운용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강화해야 한다. 대규모 축제, 보여주기식 사업, 단기 성과 위주의 예산 집행은 이제 중단해야 한다. 모든 신규 사업은 비용 대비 효과를 공개적으로 검증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만 추진해야 한다. 특히 지역 축제나 행사성 사업은 ‘얼마를 썼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남겼는가’로 평가해야 한다. 재정은 정치인의 홍보 수단이 아니라, 주민의 삶을 바꾸는 도구다.
결국 경상북도에 필요한 것은 거창한 비전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계획이다. 숫자가 없는 공약, 일정이 없는 계획, 책임이 없는 약속은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가 물어야 할 질문은 단 하나다. “그 공약, 언제까지, 얼마로,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후보는 준비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그런 후보에게 미래를 맡기는 순간, 경북의 시간은 또다시 멈출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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